전세권 등기를 하고 들어간 상가에서 장사하는 분이 급하게 운영자금이 필요해졌습니다. 전세금 2억 가운데 5천만 원어치 돌려받을 권리를 지인에게 넘기고 그 돈을 받기로 했습니다. 지인은 자기 몫을 등기부에 올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법무사가 전세 만기가 1년 넘게 남았으니 그 등기는 지금 못 한다고 합니다. 양도 자체가 안 된다는 뜻인지, 등기만 안 된다는 뜻인지, 그러면 지인은 무엇으로 자기 권리를 지키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부동산등기법 제73조가 그 답을 쥐고 있습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을 권리만 따로 넘길 수 있나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전세권 전체를 넘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민법 제306조는 전세권자가 전세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전세권을 통째로 넘기면 받은 사람이 제307조에 따라 설정자에 대해 양도인과 같은 권리의무를 갖습니다. 건물을 쓰는 권리와 전세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함께 갑니다.
반면 전세금반환채권만 떼어 넘기는 것은 건물 사용권은 그대로 두고 돈 받을 권리만 옮기는 일입니다. 그것도 일부만 옮기면 2억 가운데 5천만 원은 지인이, 나머지는 전세권자가 받게 됩니다. 채권 양도이므로 민법 제450조에 따라 설정자에게 통지하거나 승낙을 받아야 설정자와 제삼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에 어떻게 표시되나
부동산등기법 제73조 제1항이 이 장면을 위한 등기를 두었습니다. 등기관이 전세금반환채권의 일부 양도를 원인으로 한 전세권 일부이전등기를 할 때에는 양도액을 기록합니다.
전세권 등기에 부기로 붙어 누가 얼마를 양도받았는지가 드러납니다. 지인이 등기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설정자가 전세금을 돌려줄 때 등기부를 보고 5천만 원은 지인에게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세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또 넘기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이 시기를 못 박았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73조 제2항
전세권 일부이전등기의 신청은 전세권의 존속기간 만료 전에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존속기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해당 전세권이 소멸하였음을 증명하여 신청하는 경우에는 할 수 있습니다.
왜 만기 전에는 막아 두었나
전세금반환채권이 만기 전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315조는 전세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목적물이 멸실되면 설정자가 전세권 소멸 뒤 전세금에서 손해배상을 충당하고 남는 것을 돌려주도록 정합니다. 제317조는 전세권이 소멸한 때 설정자가 목적물 인도와 말소등기 서류를 받는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하도록 합니다. 돌려받을 금액이 얼마인지, 언제 받을지는 전세권이 끝나 봐야 정해지는 셈입니다.
그런 상태의 채권 일부를 등기부에 금액까지 적어 올리면, 뒤에 등기부를 보는 사람은 그 금액이 확정된 것으로 믿게 됩니다. 법은 이 혼란을 피하려고 등기 시점을 만기 뒤로 미루었습니다.
양도 계약 자체는 막지 않습니다. 등기만 미루어진 것입니다. 이 차이를 알아야 다음 단계가 보입니다.
만기 전에 지인은 무엇으로 권리를 지키나
등기가 없는 동안 채권 양도의 일반 규칙이 작동합니다.
- 양도인인 전세권자가 설정자에게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양도 통지를 보냅니다. 민법 제450조 제2항이 확정일자를 요구하므로 내용증명이 보통 쓰입니다.
- 설정자의 승낙서를 받을 수 있으면 함께 받아 둡니다. 이때 제451조 제1항에 따라 설정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면 양도인에게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 양도 계약서에 만기가 되면 전세권 일부이전등기에 협력한다는 조항과, 전세권이 그 전에 소멸하면 곧바로 등기한다는 조항을 넣습니다.
- 만기 뒤에는 지체 없이 제73조의 등기를 신청합니다.
통지와 승낙이 핵심입니다. 등기가 없어도 확정일자 있는 통지가 설정자에게 닿으면 설정자는 5천만 원을 전세권자에게 주고 끝났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만기 전이라도 등기할 수 있는 경우
제73조 제2항 단서가 한 가지 예외를 둡니다. 존속기간이 남아 있어도 전세권이 소멸하였음을 증명하면 등기할 수 있습니다.
전세권이 기간 만료 전에 끝나는 경우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설정자와 전세권자가 합의로 해지한 경우, 민법 제311조에 따라 전세권자가 용법에 어긋나게 사용해 설정자가 소멸을 청구한 경우, 제314조에 따라 불가항력으로 목적물이 멸실된 경우입니다.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세권이라면 제313조의 소멸통고 뒤 6개월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이런 사정이 생겼다면 합의해지서나 소멸 통고서, 멸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첨부해 만기 전에도 일부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세권이 끝났으니 반환채권도 확정되었다는 논리입니다.
| 상황 | 일부이전등기 | 그동안 권리를 지키는 방법 |
|---|---|---|
| 존속기간이 남아 있음 | 불가 | 확정일자 있는 양도 통지·승낙 |
| 존속기간 만료 | 가능 | 즉시 등기 신청 |
| 만기 전 합의해지 | 소멸 증명하면 가능 | 해지 합의서 첨부 |
| 기간 약정 없는 전세권 | 소멸통고 뒤 6개월 경과 시 가능 | 통고서 수령 증명 |
| 전세권 전체를 양도 | 전세권이전등기 (제73조 적용 없음) | 설정행위로 금지되지 않았는지 확인 |
다른 길은 없나
돈이 급한 전세권자에게는 두 갈래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전세권 자체를 담보로 넣는 것입니다. 제306조가 담보 제공을 허용하므로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기는 만기와 관계없이 할 수 있습니다. 지인이 전세권근저당권자가 되어 등기부에 오르고, 전세금이 반환될 때 그 돈에서 받아 가는 구조입니다. 다만 설정행위로 양도나 담보 제공을 금지해 두었다면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막힙니다.
다른 하나는 전세권 전체를 양도하고 사용권까지 넘기는 것입니다.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급한 자금이 필요한 쪽에는 근저당 쪽이 현실적입니다.
어느 길이든 등기부에 전세권 설정 당시 양도 금지 특약이 기록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72조 제1항 제5호가 그 약정을 등기 사항으로 두고 있어 등기부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의
만기 전에 전세권자가 같은 채권을 여러 사람에게 중복해 양도하는 일이 생깁니다. 등기가 없는 동안에는 확정일자 있는 통지가 설정자에게 먼저 닿은 쪽이 앞섭니다. 양도받는 쪽은 계약 당일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설정자에게 다른 양도 통지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십시오.
정리
전세금반환채권의 일부를 넘기는 계약은 만기 전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도를 등기부에 올리는 전세권 일부이전등기는 존속기간이 끝난 뒤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세권이 그 전에 소멸했음을 증명하는 경우가 유일한 예외입니다.
등기가 미루어진 동안 양수인은 확정일자 있는 통지나 승낙으로 권리를 지킵니다.
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지, 통지를 어떤 방식으로 보낼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등기부와 함께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72조, 제73조 · 민법 제306조, 제307조, 제311조, 제313조, 제314조, 제315조, 제317조, 제450조, 제45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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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만기가 되면 바로 등기할 수 있나요?
존속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양도인인 전세권자와 양수인이 공동으로 신청하므로 만기 전에 협력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 두셔야 합니다.
설정자가 양도 통지를 받고도 전세권자에게 전액을 돌려줬습니다.
확정일자 있는 통지가 먼저 닿았다면 설정자는 그 지급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통지서의 발송 기록과 수령 기록을 확보해 설정자에게 양도액을 다시 청구하십시오.
전세권에 근저당을 잡는 것과 채권 일부 양도 중 어느 쪽이 안전한가요?
등기 시점만 보면 근저당이 만기와 관계없이 바로 등기되므로 공시 면에서 앞섭니다. 다만 받을 수 있는 범위와 실행 방법이 다르므로 금액과 기간을 놓고 비교해 보셔야 합니다.
전세권 양도 금지 특약이 등기되어 있습니다.
설정행위로 양도와 담보 제공을 금지했다면 전세권 자체의 이전이나 근저당 설정은 막힙니다. 전세금반환채권만의 양도가 가능한지는 특약의 문언을 보고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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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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