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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0일조회 0

계약금 걸고 파는 쪽 협조 없이 순위 지키기

상가 한 칸을 사기로 하고 계약금 10퍼센트를 보낸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잔금은 넉 달 뒤인데 그사이 매도인 쪽 사정이 수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 주고 있다는 말이 들리고, 등기부에는 새 가압류가 올라왔습니다. 가등기를 해 두면 순위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서류를 내밀었더니 매도인은 도장을 찍어 주지 않습니다. 등기는 원칙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신청하는 것인데, 상대가 등을 돌린 상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길이 부동산등기법 안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왜 가등기부터 떠올리는가

잔금을 치르기 전에는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습니다. 그동안 매도인이 제삼자에게 팔거나 담보를 잡히면 매수인은 등기부에서 뒤로 밀립니다. 가등기는 그 공백을 메우는 장치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88조는 소유권 같은 권리의 설정이나 이전, 변경, 소멸의 청구권을 보전하려는 때 가등기를 한다고 정합니다. 매매계약으로 생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바로 그 청구권입니다. 청구권에 기한이 붙어 있거나 조건이 달려 있어도, 장래에 확정될 것이라면 같은 조문의 뒷문장이 가등기를 허용합니다.

효과는 제91조에 있습니다.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하면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에 따릅니다. 잔금을 치르고 본등기를 하는 날이 기준이 아닙니다. 가등기를 접수한 날을 기준으로 앞뒤가 정해집니다.

상대가 협조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

등기는 제23조 제1항에 따라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등기도 같습니다. 그런데 제89조가 예외를 두 갈래로 열어 두었습니다.

하나는 가등기의무자의 승낙이 있을 때입니다. 승낙서를 받아 두면 매수인이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등기를 명하는 법원의 가처분명령이 있을 때입니다. 매도인이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 두 번째 길이 남습니다.

이 가처분은 민사집행법의 보전처분과 이름이 같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등기관에게 가등기를 하라고 명하는 명령이고, 그 명령서가 승낙서를 대신합니다.

가등기가처분
부동산등기법 제90조에 따라 법원이 가등기를 하라고 명하는 결정입니다. 처분금지가처분처럼 매도인의 행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 매수인이 혼자서 가등기를 접수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류입니다. 결정을 받은 뒤 그 결정서를 첨부해 등기소에 신청합니다.

어느 법원에 무엇을 소명하나

제90조 제1항이 셋을 적어 두었습니다. 신청하는 곳은 부동산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입니다. 신청하는 사람은 가등기권리자이고, 법원은 가등기 원인사실의 소명이 있으면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소명은 증명보다 가벼운 단계입니다. 매매계약서와 계약금 이체 내역이 있으면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점은 대체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매도인의 비협조 사실을 따로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가등기할 원인이 있느냐이지, 상대가 왜 거부하느냐가 아닙니다.

신청이 각하되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제3항은 그 항고에 비송사건절차법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통상의 민사소송과는 다른 절차로 다루어지므로 기간과 방식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명령을 받은 뒤 등기소에서 할 일

결정서가 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보통의 등기 신청입니다.

  1. 법원에서 받은 가처분명령 정본을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로 첨부합니다.
  2. 가등기권리자인 매수인이 단독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등록면허세와 수수료를 납부합니다.
  3. 등기관이 접수하면 그 접수번호가 앞으로 본등기의 순위가 됩니다.
  4. 잔금을 치른 뒤에는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신청합니다. 이때는 다시 매도인과 공동으로 하거나, 거부하면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의 승소판결로 제23조 제4항에 따라 혼자 신청합니다.

접수 날짜가 모든 것을 정합니다. 명령을 받고도 등기소에 가지 않으면 그사이 올라온 등기에 밀립니다. 결정서를 받은 당일에 접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에 끼어든 등기는 어떻게 되나

가등기가 있다고 해서 매도인이 다른 등기를 못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등기 뒤에 근저당이 설정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전등기가 넘어가는 일은 얼마든지 생깁니다.

본등기를 하는 순간 정리됩니다. 제92조 제1항은 등기관이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하였을 때 가등기 이후에 된 등기로서 보전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를 직권으로 말소하도록 정합니다. 가등기 뒤의 근저당, 가압류, 이전등기가 이 자리에서 지워집니다.

제2항은 말소한 사실을 그 등기의 명의인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게 합니다. 지워지는 쪽에서는 매도인을 상대로 돈 문제를 다투게 되고, 매수인은 깨끗한 등기부를 받습니다. 가등기를 해 둔 사람과 해 두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이 장면에서 갈립니다.

가등기만으로 안심해도 되나

순위를 지키는 장치이지 잔금을 대신 치러 주는 장치는 아닙니다.

가등기는 본등기로 이어져야 힘을 냅니다. 매도인이 끝내 이전등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거쳐야 하고, 그 판결로 본등기를 합니다.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가등기가 순위를 붙들어 줄 뿐입니다.

반대로 가등기 뒤에 올라온 담보권자 입장에서는 본등기로 자기 등기가 지워질 수 있다는 점을 등기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등기가 있는 부동산에는 새 담보가 잘 붙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다른 데서 돈을 빌려 잔금 전에 가압류를 풀 생각이었다면 그 길이 좁아집니다. 협상에서 이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주의
가등기를 접수한 뒤 계약이 해제되거나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매도인은 제93조 제2항에 따라 가등기명의인의 승낙을 받아 말소를 신청하게 됩니다. 승낙을 거부하면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가등기는 계약을 지킬 의사와 자금이 있을 때 쓰는 장치이지, 상대를 압박하려고 걸어 두는 장치가 아닙니다.

정리

계약금만 낸 단계에서 매도인이 협조하지 않아도 순위를 지킬 길은 있습니다. 부동산 소재지 지방법원에 가등기가처분을 신청해 명령을 받으면 매수인 혼자 가등기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접수한 날이 본등기의 순위가 됩니다.

그 뒤에 끼어든 등기는 본등기 때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다만 본등기까지 가려면 잔금과 매도인의 협조, 또는 판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수상한 변동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시간이 관건입니다. 계약서와 송금 내역을 챙겨 변호사와 함께 가처분 신청서를 바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88조, 제89조, 제90조, 제91조, 제92조, 제9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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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처분금지가처분과 가등기가처분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목적이 다릅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은 매도인의 처분을 막고, 가등기가처분은 매수인의 순위를 확보합니다. 상황에 따라 둘을 함께 쓰기도 하므로 등기부 상태와 매도인의 움직임을 보고 정하십시오.

계약서에 가등기를 하지 않기로 한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 약정이 있으면 법원이 원인사실의 소명을 어떻게 볼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정의 문언과 경위를 먼저 검토하고, 매도인의 계약 위반 사정이 있다면 그 자료를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가등기 뒤에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잔금을 치르고 본등기를 하면 그 이전등기는 제92조에 따라 직권으로 말소됩니다. 다만 본등기를 하려면 매도인과의 공동신청이나 판결이 필요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가등기에도 세금이 드나요?

등록면허세와 등기 수수료가 듭니다. 본등기 때 취득세를 따로 내게 되므로 전체 비용을 미리 계산해 두시고, 잔금 일정과 함께 자금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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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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