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집주인은 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언제 줄지 말이 없습니다. 새 직장 근처에 얻은 집의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지금 집에서 주소를 빼면 그동안 쌓아 둔 순위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습니다. 2주쯤 뒤 날아온 것은 등기 완료 소식이 아니라 기각 결정문이었습니다. 계약이 끝났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짧은 이유가 적혀 있었습니다. 신청서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기각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신청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2항은 신청서에 담을 내용을 네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첫째는 신청의 취지와 이유입니다. 둘째는 빌린 집이 어디인지, 셋째는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입니다. 넷째는 대법원규칙이 정한 그 밖의 사항입니다. 이 가운데 셋째 항목에는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언제 취득했는지를 적게 되어 있습니다. 전입신고일과 확정일자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같은 항은 적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청의 이유와 등기 원인 사실을 소명하라고 요구합니다. 법원은 칸마다 뒷받침하는 서류가 붙었는지를 봅니다.
| 신청서 항목 | 적는 내용 | 함께 내는 소명 자료 예시 |
|---|---|---|
| 신청의 취지와 이유 | 임차권등기를 명해 달라는 취지,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위 | 계약서 사본, 종료 통지 문자·내용증명 |
| 임대차의 목적인 주택 | 등기부상 주소와 동·호수, 일부만 빌렸다면 그 부분 | 건물 등기사항증명서, 일부 임차라면 도면 |
| 임차권등기의 원인 사실 | 언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는지 | 주민등록초본(전입일), 확정일자가 찍힌 계약서 |
| 그 밖의 사항 | 대법원규칙이 정한 당사자 표시 등 | 신분 관련 서류, 법원 안내에 따른 서류 |
관할도 미리 확인해 두십시오. 제1항에 따라 집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법원에 내야 하며, 지방법원·지원뿐 아니라 시·군 법원도 받습니다. 지금 사는 곳이나 새 직장 근처 법원이 아닙니다.
소명은 증명과 무엇이 다른가
판사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그럴 것이라고 일단 믿게 하면 됩니다. 엄격한 증명보다 문턱이 낮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재판은 상대방을 불러 다투게 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같은 조 제3항이 준용하는 민사집행법 규정에 따라 변론 없이 서면만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청인이 낸 서류가 판단 자료의 거의 전부가 됩니다.
- 임대차계약서 사본(확정일자 도장이 보이도록)
- 전입일이 나오는 주민등록초본
- 건물 등기사항증명서
- 임대차가 끝났음을 보여 주는 통지 자료
-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정을 보여 주는 문자나 대화 기록
이 중 네 번째에서 가장 많이 걸립니다.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보여 주나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만기일이 지났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법원은 그 사이 계약이 저절로 연장된 것은 아닌지를 의심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어느 쪽도 갱신을 거절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제6조의2에 따라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생깁니다. 통지한 지 한 달 만에 신청하면 아직 계약이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신청서에는 계약이 끝난 경로를 하나로 정리해 적어야 합니다.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을 통지했는지, 묵시 갱신 뒤 해지 통지를 하고 3개월이 지났는지, 합의로 끝냈는지를 날짜와 함께 밝히고 그 날짜를 보여 주는 문자 캡처나 내용증명 우체국 증명을 붙입니다.
집주인이 "돈 마련해 볼게"라고 답한 메시지도 좋은 자료입니다. 종료와 미반환을 함께 보여 줍니다.
집의 일부만 빌렸다면 무엇을 더 내야 하나
다가구주택의 방 한 칸, 단독주택의 2층만 빌린 경우가 흔합니다.
제2항 제2호는 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이면 그 부분의 도면을 첨부하도록 정합니다. 등기부에는 건물 전체가 하나로 올라가 있는데 세입자의 권리는 그중 일부에만 미치므로, 어느 부분인지를 그림으로 특정하라는 뜻입니다. 도면이 빠지면 보정명령이 나오고, 보정하지 못하면 결정이 늦어지거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면은 층, 출입문, 빌린 방의 위치와 다른 세대와의 경계가 드러나면 충분합니다. 제6항은 등기가 끝난 뒤 그 부분을 새로 빌리는 사람이 소액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한다고 정하는데, 이 효과도 도면으로 특정한 부분에 한정됩니다.
기각 결정을 받았다면 어떻게 다투나
제4항은 기각 결정에 대해 임차인이 항고할 수 있다고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항고는 상급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기각 이유가 법리에 대한 판단, 예컨대 계약이 끝났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라면 항고로 다투는 의미가 있습니다. 항고장에는 원결정이 무엇을 잘못 보았는지와 함께, 처음에 내지 못한 소명 자료를 보태어 냅니다.
반대로 서류 하나가 빠져 기각된 것이라면 자료를 갖춰 다시 신청하는 편이 빠를 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기각 이유의 문구에서 갈립니다.
어느 길이든 서둘러야 합니다. 불복에는 기간이 붙어 있으므로 결정문을 받은 날짜를 적어 두고, 그날부터 바로 다음 수순을 정하십시오.
주의
신청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보호되지 않습니다. 결정이 나고 등기소에 임차권등기가 기입된 것을 등기사항증명서로 확인하기 전에 짐을 빼거나 주소를 옮기면, 기각이나 보정 지연이 겹칠 때 대항력과 우선순위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 말고 누가 신청할 수 있나
전세자금을 빌려준 은행이나 보증기관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9항은 제3조의2 제7항의 금융기관등이 임차인을 대위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보증금반환채권을 넘겨받아 우선변제권을 승계한 은행, 보증보험회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같은 곳입니다. 이때 기각에 대한 항고와 비용 청구도 그 기관이 임차인 자리에서 합니다.
보증기관이 이미 절차를 진행하는지 먼저 물어보면 같은 신청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됩니다.
들어간 비용은 제8항에 따라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는 칸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법원은 서면만 보고 결정합니다. 신청의 이유와 등기 원인 사실을 소명하라는 제2항의 요구를 채우려면 계약서, 주민등록초본, 등기사항증명서에 더해 계약이 끝난 경로를 날짜로 보여 주는 자료가 꼭 있어야 합니다. 일부만 빌렸다면 도면도 붙입니다.
기각되었다면 이유를 읽고 항고와 재신청 중 무엇이 빠른지 고릅니다. 그 판단이 끝날 때까지는 이사를 미루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정명령이나 기각 결정문을 받았다면 그 문서를 들고 변호사와 함께 빠진 소명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3조의3, 제6조, 제6조의2 · 민사집행법 제280조, 제281조, 제28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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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만기 전에 미리 신청해 둘 수는 없나요?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를 요건으로 합니다. 만기 전에는 신청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므로, 그 기간에는 종료를 확실히 해 두는 통지와 증거 확보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는데도 신청할 수 있나요?
신청 자체는 가능합니다. 신청서에는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사실이 있으면 그 사실을 적게 되어 있으므로, 전입과 점유로 대항력을 갖춘 사실을 중심으로 소명하면 됩니다. 다만 우선변제의 범위는 확정일자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주인이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면 등기가 지워지나요?
제3항은 임대인의 이의신청과 그 재판에 민사집행법의 가압류 이의 규정을 준용합니다. 이의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등기가 바로 말소되지는 않으며, 법원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 사이 낸 소명 자료를 다시 정리해 두십시오.
기각 뒤 항고와 재신청을 동시에 해도 되나요?
겹쳐 진행하면 혼선이 생깁니다. 서류 누락이 이유라면 재신청, 판단 자체를 다툰다면 항고를 고르는 식으로 하나만 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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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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