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의 마당 딸린 단독주택에 전세로 산 지 3년째입니다. 계약을 연장하기 전에 등기부를 떼어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집 등기부의 주인은 그대로인데 땅 등기부의 주인이 지난봄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며칠 뒤 새 땅 주인이 집주인에게 보낸 내용증명 사본을 받았습니다. 땅 사용료를 내든지 건물을 철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증금 2억 원이 걸린 세입자로서는 집이 헐리면 어디서 돈을 받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결론은 내 전세가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왜 땅과 집의 주인이 따로 갈리나
우리 법은 땅과 그 위의 건물을 서로 다른 부동산으로 셉니다. 등기부도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땅만 팔거나 집만 파는 일이 법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도 상속이나 사업 자금 마련 과정에서 종종 벌어집니다.
땅이 따로 팔리면 새 땅 주인과 건물 주인 사이에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건물 주인에게 남의 땅을 계속 쓸 권리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 권리가 없으면 땅 주인은 건물을 치우라고 요구할 수 있고, 그 안에 사는 세입자도 영향을 받습니다.
세입자가 살펴야 할 첫 질문은 그래서 집주인의 땅 사용 권리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세입자의 전세가 등기된 전세권인지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전세권과 채권적 전세
전세권은 건물 등기부 을구에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물권입니다. 흔히 말하는 전세는 대부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임대차, 곧 채권적 전세입니다. 계약서만 보고는 구별되지 않으니 건물 등기부 을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된 전세권이 있다면 철거를 막을 수 있나
설정할 때 땅과 집의 주인이 같았다면 막을 근거가 있습니다.
민법은 땅과 건물이 한 사람 소유일 때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했고 그 뒤 땅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면, 땅을 산 사람이 건물 주인에게 지상권을 내준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법이 땅 사용 권리를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이 권리가 있는 한 새 땅 주인은 건물을 헐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세입자도 그 건물 안에서 계약 기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조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이런 경우 땅 주인은 그 땅을 남에게 빌려주거나 그 땅에 다른 사람을 위한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합니다. 새 땅 주인이 제3자에게 땅을 임대해 건물을 밀어내려는 시도도 막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땅 주인은 무엇을 받을 수 있나
땅 사용료입니다.
법이 만들어 준 지상권이라도 공짜는 아닙니다. 조문은 지료를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한다고 적었습니다. 새 땅 주인이 보낸 사용료 요구 자체는 정당한 권리 행사일 수 있고, 액수가 맞지 않으면 법원이 정하게 됩니다.
세입자가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내지 않으면 땅 주인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지료를 밀리면 법이 준 보호막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세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라 더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지료 합의나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하고, 그 내용을 문자로 받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연장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지료 문제가 정리된 뒤에 서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확정일자 전세라면 사정이 어떻게 다른가
솔직히 말해 더 불안정합니다.
위 조문은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갖춘 세입자에게는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항력은 집을 넘겨받은 사람이 임대인 자리를 이어받게 하는 데 초점이 있어, 땅만 산 사람의 철거 요구까지 막아 준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집주인에게 땅을 쓸 권리가 있느냐로 돌아갑니다. 집주인이 땅 주인과 토지 임대차나 지상권 계약을 맺었는지, 매매 당시 건물을 위한 약정이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땅과 건물이 매매로 주인이 갈린 경우 건물 주인의 땅 사용 권리를 인정할지는 조문보다 당시 사정을 따져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실무에서는 매매 당시 건물을 철거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의 경우 철거 판결이 나면 보증금은
보증금을 돌려줄 사람은 여전히 집주인입니다.
임대인은 계약 기간 동안 세입자가 집을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집니다. 땅 문제로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집주인은 그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 됩니다. 세입자는 계약을 끝내고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집주인에게 청구하게 됩니다.
등기된 전세권자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건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땅 사용 권리가 흔들리는 건물은 경매에서 제값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 위험 때문에라도 초기에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내 전세의 모양 | 땅만 팔린 뒤 건물의 처지 | 세입자가 볼 곳 |
|---|---|---|
| 건물 등기부에 전세권 등기, 설정 당시 땅과 집 주인이 같음 | 집주인이 법에 따라 지상권을 얻은 것으로 봄. 철거 요구를 막을 근거가 생김 | 지료 합의나 법원 결정, 지료 연체 여부 |
| 건물 등기부에 전세권 등기, 설정 당시 이미 땅 주인이 다름 | 집주인이 원래 갖고 있던 땅 사용 권리에 기대야 함 | 토지 등기부의 지상권, 토지 임대차 계약과 남은 기간 |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갖춘 전세 | 전세권 규정이 바로 적용되지 않음. 집주인이 땅을 쓸 권리를 가졌는지에 달림 | 집주인과 땅 새 주인의 협의 상황, 소송 여부 |
세입자가 지금 할 일은 무엇인가
- 건물 등기부와 토지 등기부를 함께 떼어 전세권 등기 여부, 땅이 넘어간 날짜와 원인을 확인합니다.
- 전세권이 있다면 설정 당시 땅과 집의 주인이 같았는지 두 등기부의 날짜를 맞춰 봅니다.
- 집주인에게 땅 새 주인과의 협의 상황과 지료 문제를 서면으로 묻습니다.
- 확정일자 전세라면 계약 연장을 미루고 보증금 반환 일정부터 협의합니다.
- 철거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바로 보증금 확보 방안을 상담받습니다.
땅이 이미 팔린 뒤에 전세권 등기를 새로 해도 위 조문의 보호는 생기지 않습니다. 이 점을 오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설정 당시 땅과 건물의 주인이 같아야 한다는 요건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리
전세 든 집 밑의 땅만 팔렸다고 곧바로 철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정 당시 땅과 집 주인이 같았던 전세권이라면 집주인이 법에 따른 지상권을 얻은 것으로 보아 철거 요구를 막을 수 있고, 땅 주인은 지료를 받는 데 그칩니다.
확정일자 전세는 집주인의 땅 사용 권리에 기댈 수밖에 없어 더 불안정합니다.
어느 쪽이든 두 등기부를 나란히 놓고 날짜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지료가 밀리지 않는지 계속 지켜보고, 소송 소식이 들리면 보증금부터 챙기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279조, 제287조, 제303조, 제305조, 제318조, 제623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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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땅 새 주인이 세입자인 저에게 직접 나가라고 할 수 있나요?
땅 주인의 요구는 건물 주인을 상대로 한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철거 소송에서 건물 주인이 지면 건물에서 퇴거하라는 청구가 세입자에게 올 수 있으니 소송 진행을 계속 확인하십시오.
지료는 누가 내야 하나요? 세입자 몫도 있나요?
지료는 지상권자인 건물 주인이 땅 주인에게 내는 돈입니다. 세입자가 따로 낼 의무는 계약에 정하지 않은 한 없습니다.
집주인이 지료를 계속 밀리면 제가 대신 내도 되나요?
대신 내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돈을 집주인에게서 돌려받는 문제가 남습니다. 대신 낸다면 보증금에서 어떻게 정산할지 집주인과 서면으로 정해 두십시오.
전세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지금 나가도 되나요?
땅 문제만으로 곧바로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위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집주인과 합의로 계약을 정리하고 보증금 반환 날짜를 받아 두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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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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