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에서 원상복구비 340만 원을 빼겠다는 집주인과 다투던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열흘쯤 지나 집주인에게 위원회 공문이 도착합니다. 도배·장판 견적서와 입주 당시 사진을 내라는 요구,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사무국 직원이 집을 확인하러 가겠다는 안내입니다. 집주인은 왜 내 자료를 내야 하는지, 안 내면 불이익이 있는지 묻습니다. 세입자 쪽도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이 불편합니다. 위원회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정리합니다.
위원회는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4조가 세 갈래로 권한을 적었습니다.
제1항은 조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신청인, 피신청인, 분쟁 관련 이해관계인 또는 참고인에게 출석해 진술하게 하거나 자료나 물건을 내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집주인과 세입자뿐 아니라 중개사나 도배 업자처럼 사정을 아는 사람도 대상이 됩니다.
제2항은 조정위원이나 사무국 직원이 조정 대상물과 관련 자료를 조사하거나 자료를 수집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3항은 위원장이 시·도지사에게 인근지역의 확정일자 자료나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율처럼 적정 임대료 산정에 쓰는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시·도지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합니다.
세 갈래 모두 요건은 같습니다. 조정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입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어떻게 확인하나
증표를 보여 달라고 하면 됩니다.
제24조 제2항 뒷문장은 조사를 나온 조정위원이나 사무국 직원이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위원회 이름만 대고 문을 열어 달라는 사람에게 그대로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화로 방문 일정을 잡을 때 방문자 이름과 소속, 확인할 범위를 미리 물어 두십시오. 세입자가 사는 집이라면 세입자가 문을 열어 주는 쪽이 되고, 집주인은 같은 시간에 참석하겠다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양쪽이 함께 현장을 보는 편이 나중에 조사 결과를 두고 다투는 일을 줄입니다.
현장 조사 당일 준비
· 방문자의 증표를 확인하고 이름을 적어 둔다
· 다툼이 된 벽지·바닥·설비를 미리 정리해 보이기 쉽게 둔다
· 입주 때 사진을 휴대전화에 띄워 같은 위치에서 비교할 수 있게 한다
· 조사자가 촬영한 장면을 내 쪽에서도 같이 찍어 둔다
요구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
누가 무시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릅니다.
신청인 쪽이 조사를 외면하면 절차가 닫힙니다. 제21조 제3항 제6호는 신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위원장이 신청을 각하하도록 합니다. 조정을 먼저 꺼낸 세입자가 집 공개를 거부하면 자기 신청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피신청인에 대해서는 제24조 위반에 따른 제재 조문이 없습니다. 다만 제21조 제3항 제5호에 따라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통지하면 그 신청은 각하됩니다. 자료를 내지 않으면서 절차에는 남아 있는 집주인이라면, 위원회는 세입자가 낸 자료만 가지고 조정안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불리한 그림입니다. 견적서를 내지 않은 원상복구비는 근거가 없는 금액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낸 자료는 상대방에게 그대로 가나
위원회 밖으로 함부로 나가지는 않습니다.
제28조는 조정위원, 사무국 직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통장 사본이나 가족 사정이 담긴 자료를 낼 때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전혀 못 보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안은 양쪽 자료를 놓고 만들어지므로, 핵심 근거는 기일에서 오가게 됩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는 가리고 내는 것이 좋습니다.
조정 자리에서 한 말이 나중에 소송에서 쓰일지도 신경 쓰입니다. 제29조는 이 법에 정하지 않은 조정 운영과 절차에 민사조정법을 준용하는데, 민사조정법은 조정절차의 의견과 진술을 민사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원칙이 위원회 조정에도 미치는지는 사안에 따라 따져 볼 문제여서, 불리한 인정은 신중하게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떤 자료를 내야 조정안이 내 쪽으로 기우나
숫자와 날짜가 있는 자료입니다.
| 다툼 | 집주인이 낼 자료 | 세입자가 낼 자료 |
|---|---|---|
| 원상복구비 | 시공 견적서 2곳 이상, 직전 도배 시기 영수증 | 입주 당일 사진, 거주 기간 중 수리 요청 문자 |
| 월세 증액 | 관리비·세금 변동 내역 | 같은 단지 최근 계약 시세 자료 |
| 누수·하자 수선 | 점검·보수 이력 | 발생 날짜별 사진, 피해 물품 목록 |
월세 다툼에서는 위원장이 시·도지사에게 받는 확정일자 자료가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내 쪽 시세 자료가 그 범위와 크게 어긋나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제23조 제1항은 위원회가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정을 마치도록 하고, 부득이하면 의결로 3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게 합니다. 조사와 자료 제출이 늦어지면 그만큼 이 기간이 빠듯해집니다.
- 공문을 받은 날 제출 기한과 방문 일자를 달력에 적습니다.
- 기한 안에 내기 어려우면 사유를 적어 연장을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 제출한 자료의 목록과 사본을 내 쪽에도 보관합니다.
- 조사 후 조정안이 오면 14일 안에 수락 여부를 서면으로 답합니다.
정리
위원회는 출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직원을 보내 현장을 보게 하고, 시·도에서 시세 자료를 받아 올 수 있습니다. 조사자는 증표를 보여야 하고, 위원과 직원은 알게 된 정보를 지켜야 합니다. 권한이 넓은 만큼 그 한계도 법에 적혀 있습니다.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는 쪽마다 다릅니다. 신청인은 각하를, 피신청인은 내 근거 없이 만들어지는 조정안을 감수하게 됩니다.
공문을 받았다면 무엇을 내고 무엇을 가릴지부터 정하십시오. 금액이 크거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변호사와 함께 제출 자료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1조, 제23조, 제24조, 제26조, 제28조, 제29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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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문에 적힌 자료를 일부만 내도 되나요?
낼 수 있는 자료부터 내고 나머지는 언제까지 낼 수 있는지 사유와 함께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내지 않은 부분은 상대방 자료만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십시오.
세입자가 현장 조사 날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신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위원장이 신청을 각하합니다. 세입자가 신청인이라면 일정을 다시 잡아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자기 신청을 지키는 길입니다.
조정에서 낸 견적서를 나중에 소송에서 다시 써도 되나요?
내가 가진 자료를 소송에 다시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조정 자리에서 한 의견이나 양보 발언을 상대가 소송에서 쓰려 할 때는 원용 제한을 다퉈 볼 여지가 있습니다.
상가 임대차 분쟁에도 같은 조사 권한이 있나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분쟁조정위원회 규정이 준용됩니다. 출석·자료 요구와 현장 조사, 비밀유지 의무가 같은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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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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