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에 있는 단층 창고를 자재 보관용으로 세놓았습니다. 계약이 끝나 열쇠를 돌려받던 날, 바닥 에폭시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벽에는 스프레이 도료가 번져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세입자는 2년 내내 그곳에서 철제 가구 도장 작업을 했습니다. 바쁜 일정에 견적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와서 수리비를 청구해도 될까요. 민법은 이런 청구에 반환받은 날부터 세는 짧은 시한을 붙여 두었습니다.
계약서에 적은 용도를 어기면 무엇이 문제인가
세입자는 정해진 방법대로만 써야 합니다.
민법 제654조는 사용대차에 관한 몇 개 조문을 임대차에 끌어다 씁니다. 그중 하나가 제610조 제1항인데, 빌린 사람은 계약이나 목적물의 성질로 정해진 용법으로 사용·수익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용법은 두 군데서 나옵니다. 하나는 계약서입니다. 주거용, 사무실, 창고, 음식점처럼 특약란이나 목적란에 적힌 용도가 기준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물건 자체의 성질입니다.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어도 단독주택 거실을 용접 작업장으로 쓰는 것은 집의 성질에 맞지 않습니다.
이 기준을 넘어 쓰다가 생긴 손해는 세입자가 물어야 합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물으라고 할 수 있느냐입니다.
6개월은 정확히 언제부터 세나
계약 만료일이 아니라 물건을 돌려받은 날이 기준입니다.
제654조가 끌어오는 또 하나의 조문인 제617조는 계약이나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수익으로 생긴 손해배상 청구를 대주가 물건을 반환받은 날부터 6월 안에 하도록 정합니다. 임대차에서는 집주인이 열쇠를 넘겨받고 점유를 되찾은 날이 출발점이 됩니다.
계약은 3월 말에 끝났는데 세입자가 짐을 빼지 않아 5월 초에 비워 주었다면, 셈은 5월 초부터 시작됩니다. 반대로 계약 중간에 합의 해지하고 바로 넘겨받았다면 그날부터입니다. 어느 쪽이든 달력에 표시할 날은 하루뿐입니다.
그래서 인도받은 날짜를 기록해 두는 일이 첫 단추입니다. 날짜를 증명해 줄 자료는 이런 것들입니다.
- 세입자 서명이 있는 열쇠 인수증이나 명도 확인서
- 짐을 다 뺐다는 문자 메시지와 그 수신 시각
- 관리사무소의 퇴거 확인이나 관리비 정산서
- 전입 세대 열람 내역처럼 퇴거 시점을 보여 주는 공적 자료
어떤 돈이 이 시한에 걸리나
용법 위반으로 생긴 손해배상입니다.
창고를 작업장으로 써서 망가진 바닥, 주거용 오피스텔을 숙박 영업에 돌리다 생긴 집기 파손처럼 약속과 다르게 써서 생긴 손해가 여기 들어갑니다. 조문이 이 유형을 콕 집어 짧은 기간을 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세입자 때문인지 그 뒤에 생긴 것인지 가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654조는 제615조도 함께 끌어옵니다. 빌린 사람은 돌려줄 때 원상으로 회복해야 하고, 자기가 붙인 물건은 떼어 갈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달아 놓은 선반이나 간판을 그대로 두고 갔다면 이것은 원상회복의 문제로 따로 다룹니다.
| 청구하는 쪽 | 무엇을 | 기한 |
|---|---|---|
| 집주인 | 용도·성질에 어긋난 사용으로 생긴 손해배상 | 반환받은 날부터 6월 안 |
| 세입자 | 보존에 쓴 필요비, 가치를 높인 유익비 상환 | 반환한 날부터 6월 안 |
| 집주인 | 함께 빌린 세입자 여럿에 대한 청구 | 누구에게든 전부 청구 가능 |
| 세입자 | 직접 붙인 부속물 떼어 가기 | 반환할 때 |
세입자가 쓴 수리비도 같은 기간에 묶이나
묶입니다.
제617조는 빌린 사람이 지출한 비용의 상환청구도 같은 문장에 넣어 두었습니다. 임대차에서는 제626조가 세입자의 필요비와 유익비 상환을 정하고 있는데, 그 청구 역시 물건을 돌려준 날부터 6월 안에 해야 합니다. 시한이 양쪽 모두에게 같은 길이로 걸려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분쟁이 흔히 맞물립니다. 집주인은 바닥 손상을 이유로 배상을 요구하고, 세입자는 자기가 고친 누수 배관 비용을 내놓으라고 맞섭니다. 어느 한쪽이 기한을 넘기면 그쪽 청구만 막힙니다. 마주 앉아 셈을 맞추기 전에 날짜부터 확인하십시오.
둘이 같이 빌렸다면 누구에게 청구하나
제616조는 여럿이 공동으로 물건을 빌린 때 연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이 조문도 임대차에 준용됩니다. 동업자 두 사람이 공동 명의로 상가를 빌렸다면 집주인은 두 사람 중 누구에게든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동업이 깨져 한 사람은 연락이 끊기고 다른 한 사람만 남은 경우에 의미가 큽니다. 남은 사람이 ‘내 지분은 절반뿐’이라고 해도 집주인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내부 정산은 두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임대차 도중에 바로 내보낼 수 있나
여기서는 조문을 하나 더 살펴야 합니다.
사용대차에는 용법 위반 시 대주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제610조 제3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654조가 임대차로 가져오는 것은 제610조 제1항뿐입니다. 해지 조항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약 기간 중 용도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끝내려면 다른 근거가 필요합니다. 계약서의 해지 특약이 첫 번째이고, 없으면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 규정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한 뒤 해지하는 순서를 밟습니다. 세입자가 무단으로 남에게 다시 세를 놓은 경우라면 제629조가 별도의 해지권을 줍니다.
열쇠를 돌려받는 날 확인할 것
· 입주 때 찍어 둔 사진과 같은 각도로 다시 촬영
· 손상 부위마다 크기와 위치를 적은 메모
· 세입자와 함께 확인했다면 서명받은 확인서
· 수리 업체 견적은 가능하면 한 달 안에 두 곳 이상
정리
용법을 어긴 세입자에게 손해를 물으려면 돌려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계약 종료일이 아니라 실제로 넘겨받은 날이 기준입니다.
같은 시한이 세입자의 비용상환 청구에도 걸려 있어 양쪽 셈이 맞물리고, 공동 임차인에게는 누구에게든 전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두고 다투는 일을 피하려면, 기간 안에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권리를 확실히 행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용증명만 보내 놓고 안심하기에는 6개월이 짧습니다. 사진과 견적을 갖췄다면 남은 기간을 계산해 변호사와 방법을 정해 보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610조, 제615조, 제616조, 제617조, 제626조, 제629조, 제654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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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빼고 돌려줘도 되나요?
손해가 확정되어 있다면 반환할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만 금액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공제 자체가 분쟁이 되므로 사진과 견적, 확인서를 함께 남겨 두셔야 합니다.
6개월이 지나면 원상회복 비용도 못 받나요?
6개월 시한은 용법 위반으로 생긴 손해배상과 비용상환 청구에 붙은 것입니다. 단순히 부속물을 두고 간 원상회복 문제와는 성격이 달라 사안별로 나누어 따져 보아야 합니다.
세입자가 짐 일부를 남겨 두고 열쇠만 보냈습니다.
언제 반환이 이루어졌는지가 6개월의 출발점이 되므로, 열쇠를 받은 날과 짐이 모두 빠진 날을 각각 기록해 두십시오. 남은 짐의 처리 방법은 세입자에게 서면으로 묻고 답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가 세입자인데 고친 보일러 값을 못 받았습니다.
보존에 필요한 비용이었다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그 기한은 집을 돌려준 날부터 6개월입니다. 영수증과 고장 당시 사진, 집주인에게 알린 기록을 모아 기한 안에 청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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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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