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동 상가 건물을 개발하면서 땅과 건물을 신탁회사에 맡겼습니다. 공사가 늦어지고 분양 대금 관리에 의심이 생기자 위탁자와 수익자들이 의논 끝에 신탁회사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새 회사도 정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 갑구에는 여전히 옛 회사 이름이 소유자로 올라 있고, 옛 회사는 이전등기 서류를 내주지 않습니다. 소송부터 해야 하나 싶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등기법이 새 수탁자 혼자 등기를 신청할 길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등기는 왜 두 사람이 함께 신청하나
권리를 잃는 쪽의 뜻을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매매라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함께 서류를 내야 이전등기가 됩니다. 신탁재산도 마찬가지여서, 수탁자가 바뀌면 원칙대로라면 옛 수탁자가 등기의무자로 서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임당한 회사가 순순히 협조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해임 사유를 다투거나 정산할 보수가 남았다며 서류를 붙잡고 있기도 합니다. 그 사이 신탁재산은 관리할 사람이 없는 상태로 방치됩니다.
어떤 경우에 새 수탁자 혼자 신청할 수 있나
제83조가 네 가지를 적어 두었습니다.
수탁자의 임무가 이 사유로 끝났다면 신수탁자는 단독으로 신탁재산에 속하는 부동산의 권리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옛 수탁자의 협조나 판결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 임무가 끝난 사유 | 누가 정했나 | 이전등기 신청 |
|---|---|---|
| 신탁법이 정한 임무 종료 사유 발생 | 법률에 따라 당연히 | 신수탁자 단독 |
| 신탁법에 따른 해임 | 신탁 당사자 | 신수탁자 단독 |
| 법원의 해임 | 법원 재판 | 신수탁자 단독 |
| 공익신탁 수탁자 직권 해임 | 법무부장관 | 신수탁자 단독 |
등기소에 옛 회사를 부를 필요도, 판결을 받아 올 필요도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표에서 보듯 해임을 누가 했든 결론은 같습니다. 해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서면으로 보여 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수탁자가 여러 명이었다면 무엇이 다른가
등기부 모양부터 다릅니다.
제84조 제1항은 수탁자가 여러 명이면 등기관이 신탁재산이 합유인 뜻을 기록하도록 합니다. 지분이 따로 나뉘지 않고 수탁자 전체가 하나로 가진다는 표시입니다.
이 중 한 회사만 해임되면 이전등기가 아니라 변경등기가 됩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르면 남은 수탁자가 단독으로 권리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남은 수탁자가 둘 이상이면 그 전원이 공동으로 신청해야 합니다. 셋 중 하나가 빠졌다면 나머지 둘이 함께 서류를 내는 식입니다.
남은 수탁자 중 한 곳이 협조하지 않으면 다시 막힙니다. 공동 수탁 구조를 짤 때 이 부분을 미리 약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이 해임한 경우 등기부는 저절로 바뀌나
일부만 바뀝니다.
법원이 수탁자 해임 재판을 하면 제85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이 신탁원부 기록의 변경등기를 등기소에 촉탁합니다. 등기관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등기기록에 해임의 뜻을 부기합니다. 여기까지는 당사자가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갑구의 소유 명의를 새 수탁자로 옮기는 권리이전등기는 별개입니다. 이것은 제83조에 따라 신수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해임 부기만 보고 일이 끝났다고 여기면 새 회사는 등기부상 아무 권한도 없는 상태로 남습니다.
신청할 때 무엇을 챙겨야 하나
등기소는 해임과 선임이 모두 유효한지를 서류로만 판단합니다.
- 임무 종료 사유를 증명하는 서면: 해임 합의서와 의사결정 기록, 또는 법원 결정 정본
- 신수탁자 선임을 증명하는 서면과 신수탁자의 인수 승낙 자료
- 신수탁자 법인의 등기사항증명서와 인감 관련 서류
- 신탁원부에 적힌 수탁자 변경 절차를 지켰다는 자료
- 취득세 등 공과금 납부 확인
등기가 끝나도 할 일이 남습니다. 단독 신청이 해결해 주는 것은 등기부의 명의뿐입니다. 옛 회사가 쥐고 있는 임대차 계약서 원본, 분양대금 관리 계좌, 공사 관련 장부는 등기와 함께 넘어오지 않습니다. 이 자료의 인계는 신탁계약과 신탁법에 따라 따로 요구해야 하고, 응하지 않으면 인도 청구 소송까지 검토하게 됩니다. 명의를 먼저 옮겨 두면 새 회사가 임차인이나 시공사와 협의할 자격을 갖추게 되니, 순서는 등기가 먼저입니다.
제86조는 수탁자가 신탁원부 기재 사항이 바뀌었을 때 지체 없이 변경등기를 신청하도록 합니다. 법원이나 법무부장관 촉탁으로 처리되는 경우를 빼면, 수탁자가 바뀐 사실을 원부에 반영하는 일도 신수탁자 몫입니다.
주의
신탁계약서가 해임 요건을 따로 정해 두었는데 그 절차를 건너뛰면 해임의 효력부터 다툼이 됩니다. 단독 신청은 해임이 유효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으므로, 서류를 내기 전에 계약서의 해임 조항과 의결 요건을 다시 맞춰 보십시오.
정리
수탁자를 바꿀 때마다 옛 회사와 함께 서류를 내야 한다면 신탁재산은 쉽게 멈춰 섭니다. 제83조는 임무가 끝난 사유가 분명하면 새 수탁자 혼자 이전등기를 신청하게 해 이 공백을 줄였습니다.
수탁자가 여럿이면 합유로 기록되고, 한 곳이 빠질 때는 남은 수탁자가 변경등기를 합니다. 법원 해임에서도 소유 명의 이전은 신수탁자가 따로 챙겨야 합니다.
결국 서류 싸움입니다. 해임 결의와 선임 자료가 계약서 절차에 맞는지, 신탁원부의 수탁자 변경 조항과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접수 전에 변호사와 함께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83조, 제84조, 제85조, 제8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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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옛 신탁회사가 해임이 무효라며 버팁니다. 그래도 단독 신청이 되나요?
등기소는 제출된 서면으로 임무 종료 사유를 확인합니다. 해임 절차가 계약서와 법률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자료가 갖춰져 있다면 신청할 수 있지만, 옛 회사가 소송으로 다투면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수탁자 세 곳 중 한 곳만 바꾸려 합니다.
이때는 이전등기가 아니라 변경등기이고, 남은 두 수탁자가 함께 신청합니다. 새로 들어오는 수탁자를 추가하는 절차는 별도로 밟아야 하므로 순서를 미리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법원 해임 결정이 났는데 등기부에 해임 표시만 있습니다.
법원 촉탁과 등기관의 부기는 원부 변경과 해임 표시까지입니다. 소유 명의를 새 수탁자로 옮기는 이전등기는 신수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위탁자가 직접 신청할 수는 없나요?
제83조가 단독 신청을 허락한 사람은 신수탁자입니다. 위탁자나 수익자는 새 수탁자를 선임하고 해임 자료를 갖추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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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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