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까지 치렀는데 매도인이 이전등기 서류를 내주지 않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등기부에 올려 두었습니다. 석 달 뒤 등기부를 다시 떼 보니 가처분 아래에 매도인이 대부업체에 설정해 준 근저당이 새로 올라 있습니다. 금지한다고 적어 둔 등기부에 버젓이 새 담보가 들어온 것입니다. 소송에서 이겨 집을 넘겨받으면 이 근저당까지 떠안게 되는지, 부동산등기법이 이 장면을 어떤 순서로 정리하는지 따라가 봅니다.
가처분이 있는데 근저당은 어떻게 올라갔나
등기관이 막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사집행법은 가처분으로 부동산의 양도나 저당을 금지한 때 법원이 그 사실을 등기부에 기입하게 하도록 정합니다. 그런데 이 기입은 등기소 문을 잠그는 장치가 아닙니다. 매도인이 형식을 갖춰 근저당 설정을 신청하면 등기관은 받아서 기록합니다.
가처분의 힘은 뒤늦게 드러납니다. 부동산등기법은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에서 이겨 등기를 신청할 때 가처분 이후에 된 등기로서 가처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를 지울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끼어든 등기는 올라갈 수는 있어도 끝까지 버티지는 못하는 셈입니다.
대부업체 입장에서 보면 등기부 위쪽에 이미 가처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온 것입니다. 뒤에서 말소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처분금지가처분
다툼의 대상인 부동산이 판결 전에 남에게 넘어가거나 담보로 잡히면 나중에 이겨도 권리를 실현하기 어려울 때, 그 처분을 금지해 두는 법원의 임시 조치입니다. 등기부에 기입되어 뒤에 거래하려는 사람에게 경고 역할을 합니다.
이긴 뒤 등기는 누가 신청하나
매수인 혼자 합니다.
등기는 원래 권리를 얻는 쪽과 잃는 쪽이 함께 신청합니다. 그러나 등기절차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다면 승소한 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끝까지 버텨도 판결문으로 대신합니다.
이때 매수인은 이전등기와 함께 근저당 말소도 혼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부업체의 동의나 대부업체를 상대로 한 판결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요건은 가처분채권자가 가처분채무자를 등기의무자로 하여 이전, 말소 또는 설정의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입니다.
가처분채무자와 판결의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처분을 신청할 때부터 상대방과 청구의 내용을 본안과 맞춰 적어야 이 단계가 막히지 않습니다.
무엇이 지워지고 무엇이 남나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가처분보다 뒤에 된 등기인지, 그리고 가처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입니다.
| 등기부의 기록 | 가처분과의 선후 | 이전등기 때 어떻게 되나 |
|---|---|---|
| 매도인이 대부업체에 설정한 근저당 | 가처분 뒤 | 매수인의 권리를 침해하므로 단독 말소 신청 대상 |
| 매도인 채권자가 넣은 가압류 | 가처분 뒤 | 같은 이유로 말소 신청 대상 |
| 매도인이 제3자에게 넘긴 소유권 | 가처분 뒤 | 말소 신청 대상 |
| 매매 전부터 있던 은행 근저당 | 가처분 앞 | 가처분의 효력 밖이라 그대로 남고, 계약 내용에 따라 정리 |
| 처분금지가처분 등기 자체 | 해당 없음 |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 |
가처분보다 앞선 등기가 남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처분은 기입된 시점부터의 변동에 대해 순서를 지켜 주는 장치이지, 그 전의 권리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계약 당시부터 있던 근저당은 매매계약서에서 누가 갚기로 했는지로 따로 풀어야 합니다.
세부 범위와 방식은 조문이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도록 넘겨 두었습니다. 신청서를 내기 전에 관할 등기소에 어떤 등기를 말소 대상으로 적을지 확인해 두십시오.
가처분 등기 자체는 누가 지우나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가처분 이후의 등기를 말소할 때 그 가처분등기도 함께 말소해야 하고, 가처분 뒤에 끼어든 등기가 전혀 없어 이전등기만 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지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목적을 다 이뤘기 때문입니다.
매수인이 가처분 취소를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점은 자주 오해됩니다.
등기가 끝나면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가처분과 근저당 두 줄에 모두 말소 표시가 붙었는지, 소유자 칸이 매수인으로 바뀌었는지 한 번에 확인하면 됩니다.
지워진 근저당권자에게는 무슨 일이 생기나
통지가 갑니다. 등기관은 가처분 이후의 등기를 말소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말소된 권리의 등기명의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대부업체의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담보만 없어질 뿐, 매도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권리는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담보 없는 채권자로서 매도인의 다른 재산을 찾아야 합니다.
매수인이 이 대목을 알아 둘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업체가 말소를 다툴 수 있는 지점은 근저당이 정말 가처분 뒤에 접수되었는지, 판결과 가처분의 당사자가 일치하는지 정도로 좁혀집니다. 두 등기의 접수번호를 나란히 적어 두면 그것이 곧 방어 자료가 됩니다.
소유권이 아닌 권리를 지키려던 가처분이라면
기록 방식이 하나 더 붙습니다.
가처분은 소유권이전청구권뿐 아니라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처럼 소유권 외의 권리를 설정받을 청구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걸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을 담보하려고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해 주기로 약속받았는데 건물주가 계속 미루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가처분채권자 명의로 권리 설정등기를 할 때 등기관은 그 등기가 가처분에 기초한 것이라는 뜻을 기록해야 합니다. 나중에 등기부를 보는 사람이 이 근저당이 가처분 시점의 순서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표시입니다. 뒤에 끼어든 등기를 어디까지 정리하는지는 소유권 이전 사건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이 유형도 규칙의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매수인이 자주 놓치는 것은
- 이전등기만 신청하고 말소 신청을 빠뜨리면 뒤에 끼어든 근저당은 저절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두 신청을 한 번에 내십시오.
- 가처분 신청서에 적은 피보전권리와 본안 판결의 주문이 어긋나면 단독 말소가 막힐 수 있습니다.
- 판결이 확정된 뒤 신청을 미루면 그사이 새 등기가 더 쌓여 정리할 대상만 늘어납니다.
- 말소가 끝난 뒤 등기부를 직접 떼어 확인하지 않으면 누락을 늦게 발견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매도인은 법원에 본안 제소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정한 2주 이상의 기간 안에 소를 냈다는 증명을 내지 못하면 가처분이 취소됩니다. 집행 뒤 3년간 본안을 내지 않은 것도 취소 사유입니다. 가처분은 시작일 뿐입니다.
정리
처분금지가처분은 뒤에 들어오는 등기를 막지는 못하지만, 본안에서 이긴 매수인이 그 등기를 지울 수 있게 해 줍니다. 가처분 이후에 끼어든 근저당은 이전등기와 함께 매수인 혼자 말소를 신청할 수 있고, 가처분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지워진 근저당권자에게는 통지가 가고, 그 채권은 담보 없이 매도인에게 남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준비입니다. 가처분과 본안의 당사자와 청구를 일치시키고, 이전과 말소 신청을 한 번에 내십시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94조, 제95조 · 민사집행법 제287조, 제288조, 제300조, 제301조, 제30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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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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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가처분 뒤에 들어온 근저당권자가 자기는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가처분은 등기부에 기입되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말소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다툼이 된다면 두 등기의 접수일자와 접수번호를 비교한 자료를 준비하십시오.
본안에서 조정으로 끝났는데도 단독으로 말소 신청을 할 수 있나요?
조정조서에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경우가 많아 이를 근거로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조서 문구가 중요하므로 조정 단계에서부터 주문을 판결과 같은 형태로 맞춰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처분 전부터 있던 은행 근저당도 같이 지워 달라고 할 수 있나요?
가처분보다 앞선 등기는 이 절차로 지울 수 없습니다. 매도인이 잔금으로 갚기로 약정했는데 갚지 않았다면 매도인에게 말소 의무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별도의 문제로 다루게 됩니다.
말소 통지를 받은 대부업체가 매수인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나요?
대부업체의 채무자는 매도인이므로 매수인이 그 빚을 대신 갚을 의무는 없습니다. 담보가 사라진 뒤 대부업체가 청구할 상대는 여전히 매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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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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