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쓰던 옆 건물을 담임목사가 매매계약으로 넘겼다는 소식이 주일 예배 뒤에야 교인들 귀에 들어왔습니다. 당회도, 공동의회도 열린 적이 없습니다. 산 쪽은 이미 계약금을 치르고 잔금 날짜까지 잡아 두었습니다. 교인들은 되돌릴 수 있는지 묻고, 산 쪽은 대표자와 도장을 찍었으니 문제없다고 믿습니다. 교회처럼 법인 등기 없이 모인 단체의 재산은 민법이 따로 정한 방식으로만 처분됩니다. 그 방식을 밟지 않은 계약이 어떻게 되는지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교회 건물은 누구의 것인가
교인 전체의 것입니다. 목사의 것도, 장로 몇 사람의 것도 아닙니다.
민법 제275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 이를 총유로 한다고 정합니다. 설립 허가를 받아 등기한 재단이나 사단법인이 아니라면 교회, 종중, 동창회 같은 모임은 대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구성원 각자가 지분을 갖는 공유와 다르고, 조합원이 함께 갖는 합유와도 다릅니다.
총유의 특징은 개인 몫이 없다는 점입니다. 제277조는 총유물에 관한 사원의 권리의무가 사원의 지위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생기고 사라진다고 적었습니다. 교인이 교회를 떠나면 건물에 대한 권리도 함께 사라지고, 새로 등록하면 그날부터 권리가 생깁니다. 그러니 교인 한 사람이 자기 몫을 떼어 팔 수도 없고, 대표자가 혼자 전체를 팔 수도 없습니다.
총유
법인 등기를 하지 않은 단체의 구성원들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갖는 형태입니다. 구성원 개인에게 지분이 없고, 관리와 처분은 구성원 총회의 결의로만 할 수 있습니다. 교회·종중·동창회·아파트 입주자 모임이 대표적입니다.
처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제276조 제1항이 한 줄로 답합니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교인 전체가 모이는 공동의회가 이 사원총회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관이나 교회 규약에 따로 정한 절차가 있으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제275조 제2항이 정관 기타 계약에 의하는 외에 다음 두 조문을 따른다고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규약에 당회 결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대로 하면 되고, 아무 규정이 없다면 총회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자의 권한은 여기서 멈춥니다. 대표자는 결의된 내용을 바깥에 실행하는 사람이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결의 없이 찍은 도장은 권한 없는 사람의 도장과 같습니다.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장기간 임대하거나 담보로 넣는 행위 역시 처분 또는 관리에 해당하므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결의 없이 한 계약은 어떻게 되나
효력이 없습니다.
제276조는 당사자가 약정으로 바꿀 수 있는 조문이 아니라 단체 재산의 처분 방법을 정한 강행규정으로 다루어집니다. 실무에서는 사원총회 결의 없이 대표자가 한 총유물 처분을 무효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 쪽이 대표자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만으로 계약을 살려 내기 어렵습니다.
이 점이 보통의 대리 문제와 다릅니다. 개인이 대리인을 세운 경우라면 제126조에 따라 상대방이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본인이 책임을 지는 길이 열립니다. 그런데 총유물 처분은 대리권의 범위 문제가 아니라 처분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므로, 그 길이 닫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교인들은 소유권에 기초해 등기 말소나 건물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산 쪽은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 상대는 교회가 아니라 대표자 개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총회를 열어 승인하면 살아나나
살아날 여지가 있습니다.
결의가 없어 효력이 없던 처분을 사원총회가 뒤늦게 추인하면, 그때부터 처분이 유효해진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흐름입니다. 산 쪽에서는 교회 쪽에 정식 공동의회를 열어 매각 안건을 표결에 부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추인은 교회의 선택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교인들이 반대하면 계약은 그대로 효력 없는 상태로 남습니다. 추인 결의가 있었다면 회의록과 참석자 명부, 표결 결과를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합니다. 등기 신청 때도 이 서류가 필요합니다.
| 행위 | 필요한 절차 | 대표자 단독 가능 여부 |
|---|---|---|
| 건물·토지 매각 | 사원총회 결의 (규약에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 절차) | 불가 |
| 근저당권 설정 | 사원총회 결의 | 불가 |
| 장기 임대 | 사원총회 결의 (관리행위) | 불가 |
| 누수 수리, 외벽 보수 | 보존행위 | 가능한 경우가 많음 |
| 교인 개인의 사용·수익 | 정관·규약이 정한 범위 | 해당 없음 |
등기는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나
이 질문이 분쟁의 출발점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6조는 대표자나 관리인이 있는 법인 아닌 사단에 속하는 부동산의 등기에서 그 사단 자체를 등기권리자 또는 등기의무자로 하고, 대표자가 사단의 명의로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그래서 교회 건물은 교회 이름으로 등기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 있으면 등기부만 보아도 총유 재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래된 교회일수록 목사나 장로 개인 명의로 등기된 경우가 흔하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개인 재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실제 소유 관계가 총유라면 결의 없는 처분의 효력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등기 명의와 실제 소유가 어긋난 재산은 사기 전에 반드시 경위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교인과 매수인이 각각 할 일
입장에 따라 순서가 다릅니다.
- 교인 쪽은 교회 정관과 규약에서 재산 처분 조항을 찾고, 매각 안건으로 열린 회의가 있었는지 회의록을 확인합니다.
- 결의가 없었다면 매수인에게 내용증명으로 처분이 효력 없음을 알리고, 등기가 넘어가기 전이면 처분금지가처분을 검토합니다.
- 이미 등기가 넘어갔다면 교회 명의로 말소등기 청구를 준비합니다. 이때 소송을 내는 것도 총회 결의 사항이므로 그 결의부터 거칩니다.
- 매수인 쪽은 계약 전 단계라면 총회 회의록과 대표자 선임 서류를 요구하고, 등기부의 명의가 단체인지 개인인지 확인합니다.
- 이미 돈을 낸 뒤라면 추인 결의를 요청하는 한편, 거부될 경우에 대비해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한 반환 청구를 준비합니다.
주의
총회를 열었더라도 소집 통지가 빠졌거나 정족수가 모자라면 결의 자체가 흠이 있는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규약이 정한 소집 절차와 의결 정족수를 지켰는지, 참석자 명부와 표결 결과가 회의록에 남아 있는지를 매각 전후에 함께 확인하십시오.
정리
법인 등기 없이 모인 교회의 재산은 교인 전체의 총유입니다. 팔거나 담보로 넣거나 길게 빌려주는 일은 사원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자의 서명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의 없는 처분은 상대방이 몰랐더라도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뒤늦게 총회가 추인해 살려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선택입니다.
교인이든 매수인이든 정관, 회의록, 등기부 세 가지를 먼저 모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서류를 정리한 뒤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26조, 제275조, 제276조, 제277조 · 부동산등기법 제26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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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목사 개인 명의로 등기된 건물인데도 총회 결의가 필요한가요?
등기 명의가 개인이어도 실제로 교인들의 헌금으로 마련해 교회가 써 온 재산이라면 총유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사용 내역을 보여 주는 자료로 실제 소유 관계를 먼저 밝혀야 합니다.
당회 결의만 거치고 공동의회는 열지 않았습니다.
교회 규약이 당회 결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해 두었다면 그 절차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규약에 그런 조항이 없다면 교인 전체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하므로 규약 문언부터 확인하십시오.
계약금을 낸 매수인인데 교회가 추인을 거부합니다.
처분이 효력 없는 상태로 남으므로 계약을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받은 돈의 반환은 계약을 체결한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서와 입금 내역을 정리해 청구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교회가 분열되어 두 쪽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어느 쪽이 종전 교회의 지위를 이어받았는지가 먼저 가려져야 재산 귀속이 정해집니다. 분열 전 규약과 교인 명부, 분열 과정의 결의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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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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