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지인이 자기 굴착기를 담보로 잡히고 제게서 1,500만 원을 빌려 갔습니다. 그런데 그 굴착기는 이미 지난해 다른 사람에게 잡혀 그 사람 야적장에 있고, 저는 그 사람에게 제 몫의 담보도 걸려 있다는 내용증명만 보내 두었습니다. 굴착기가 팔리면 저와 그 사람 중 누가 먼저 돈을 받는지, 저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같은 동산에 질권이 둘 설정되었을 때 그 순위와 배당 순서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민법은 순위를 설정한 순서대로 정하므로 먼저 질권을 잡은 쪽이 앞서고, 뒤에 잡은 쪽은 남는 금액에서 받게 됩니다.
■ 순위는 날짜의 선후로 정해집니다
민법 제333조는 여러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일한 동산에 여러 개의 질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순위가 설정의 선후에 의한다고 정합니다. 빌려준 금액이 크다거나 관계가 더 가깝다는 사정은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경우 지인 A가 지난해 3월에, 질문자께서 올해 1월에 질권을 설정했다면 A가 1순위, 질문자께서 2순위입니다. 굴착기가 경매로 팔리면 실행 비용을 뺀 매각대금에서 A의 채권이 먼저 채워지고, 남는 돈이 있을 때 질문자의 차례가 옵니다.
■ 설정 시점은 계약서 날짜가 아니라 인도 시점을 봅니다
제330조는 질권의 설정이 질권자에게 목적물을 인도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제332조는 질권자가 설정자로 하여금 질물을 점유하게 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서만 쓰고 물건은 주인이 계속 쓰고 있었다면 질권이 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첫 질권자가 보관 중인 물건에 두 번째 질권을 설정할 때는 실제로 넘겨받을 수가 없으므로, 제190조처럼 제3자가 점유하는 동산의 반환청구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인도를 갈음하는 구성이 거론됩니다. 그러니 ① 첫 질권자에게 두 번째 설정 사실을 서면으로 알렸는지 ② 그 통지에 날짜가 남아 있는지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 앞 순위 질권자는 물건을 계속 붙잡을 수 있습니다
제335조는 질권자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질물을 유치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보다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고 단서를 붙였습니다. 2순위인 질문자께서 경매를 원해도 1순위 질권자는 자기 채권이 정리될 때까지 물건을 내놓지 않으려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순위 질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2순위는 그 절차에서 순서대로 배당을 받게 됩니다. 1순위의 채권액에는 원금뿐 아니라 이자와 보관 비용도 들어가므로, 남는 몫을 계산할 때 그 부분까지 빼고 보셔야 합니다.
■ 물건 값으로 다 못 받으면 다른 재산에서 받습니다
제340조 제1항은 질물로 변제받지 못한 부분의 채권에 한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매각대금이 1순위 채권을 채우고 나면 바닥나는 상황이라면, 질문자께서는 남은 채권을 일반 채권자로서 채무자의 예금이나 부동산에 대해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이때는 질권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줄에서 경쟁하게 되므로, 판결이나 지급명령 같은 집행권원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실익이 있습니다.
■ 지금 해 두실 일
세 가지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① 두 질권의 설정 일자와 인도 방법을 보여 주는 자료, 곧 차용증, 질권설정계약서, 첫 질권자에게 보낸 통지문과 수령 확인을 모읍니다. ② 1순위 채권의 원금과 이자, 보관 비용을 채무자나 1순위 질권자에게 서면으로 확인해 내 몫이 얼마나 남을지 계산합니다. ③ 굴착기의 연식과 상태를 기준으로 시세를 알아봐 매각대금이 두 채권을 모두 덮을 수 있는지 따져 봅니다. 남는 몫이 거의 없다면 질권 실행보다 채무자 재산에 대한 보전 조치를 먼저 검토하는 편이 나을 수 있으니, 자료를 들고 변호사와 상의해 보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190조, 제330조, 제332조, 제333조, 제334조, 제335조, 제34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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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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